'뜰'같은 골목으로, 시래기밥
수정 : 0000-00-00 00:00:00
뜰 옛날막창 소갈비살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785-5
031-941-5678
점심특선 시래기밥 : 8000
골목에 들어서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칙칙한 색의 어두운 이삼 층짜리 건물들을 지나면 드물게 길쭉한 1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간판에는 유난히 큼직하게 박힌 글자 ‘뜰’. 문 열고 들어가면 푸근한 목재 건물 느낌이 물씬 난다.
낮이면 밥집, 저녁에는 좋은 술집으로 주변 직장인과 공무원에게는 입소문이 났다. 점심에는 찌개나 생선요리를 주로, 저녁에는 막창과 소갈비살이 전문인 참숯구이점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인 가게 안 다른 테이블에는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앉아있었다.
시래기밥 특선을 시켰다. 시래기 가득한 흰밥 담긴 뚝배기에 간장양념을 흘려보낸다. 잘 비빈 후 식탁을 보면 어느새 푸짐한 나물반찬과 고등어구이, 명태조림, 오뎅볶음에 된장찌개까지 나와 있다. 어느 저녁 공들여 차린 집 밥과 같은 구성에 맛도 훌륭하다. 어느 하나 기죽는 반찬 없이 골고루 손이 간다. 몇 가지 반찬만 골라먹을 수 없었다. 모두 식탁 저 멀리까지 팔을 뻗어 이것저것 전부 해치웠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무엇과 먹어도 어울리는 음식들이었다. 기어코 공기밥 하나를 추가한다.
내공이 느껴지는 구성과 맛이었다. 사장님과 얘기 나누어보니 역시 다른 식당에서 요리를 하던 분이셨다. 그 식당이 잘 되어 방송에도 나오고 장사도 수월해지자 일등 공신인 사장님이 잘리고 그 자리를 그 식당의 지인들이 꿰찼다. 억울한 일이었지만 기회 삼아 자기 가게를 열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식사가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나온 누룽지까지 싹싹 긁어 먹으니 배가 터질 것처럼 불렀다. 여전히 가게는 한산했다. 사장님은 창밖을 내다보곤 이 골목이 죄다 죽어 발길이 줄었다 한탄하셨다. 밖으로 나서니 거리는 시들시들했다.
이 골목을 누군가는 모르고 또 누군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빛깔이 죽어 칙칙한 거리가 싫다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점심은 시래기밥이었다. 축 늘어져 색을 잃고 생기를 잃고도 꼭꼭 씹어 즐기는 맛이 있다. 싸고 흔하다는 건 친숙하고 정겹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영양도 맛도 오래오래 즐기는 시래기처럼 거리도 다시 돌아보며 사랑할 수 있다.
#100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